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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의원 방사선사의 이유 설명

엑스레이 X-ray 검사 전, 목걸이와 속옷(브래지어)을 반드시 벗어야 하는 진짜 이유 (파스, 금속이 만드는 치명적 오류)

by 윤재 2026. 2. 27.

    [ 목차 ]

오늘 오전에 어깨가 뻐근하다며 찾아오신 60대 아버님 환자분. 탈의실 앞에서 저와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아버님, 사진 찍으셔야 하니까 어깨에 붙이신 파스 좀 떼고 들어오실게요~"
제 말에 아버님은 미간을 팍 찌푸리시며 역정을 내셨죠. "아니 슨생님! 뼈만 쏙 찍는다면서 이깟 얇은 파스 쪼가리를 와 떼라 카노! 쇠붙이도 아이고만 귀찮구로!"

아프신 와중에 옷 갈아입는 것도 힘드신데, 기껏 붙여둔 비싼 파스까지 떼라고 하니 짜증이 나시는 그 마음. 1차 의원에서 7년째 매일 환자분들과 부대끼는 저로서는 200% 공감합니다.
하지만 여러분! 엑스레이실에서 방사선사가 "목걸이 빼주세요, 브래지어 풀어주세요" 하는 건 다들 납득하시지만, "파스 떼주세요, 파스 자국 끈끈이까지 닦아주세요, 티셔츠에 고무 프린팅도 안 돼요!"라고 하면 너무 유난 떤다고 생각하시죠? 오늘은 그 깐깐하고 귀찮은 요구 뒤에 숨겨진, 여러분의 몸에 가짜 병을 만들어내는 무서운 불청객 '아티팩트(Artifact)'의 진실을 속 시원히 파헤쳐 드릴게요.

바지를 환복 하지않고 찍어 엑스레이 영상에 아티팩트가 발생한 사례
바지를 환복 하지않고 찍어 엑스레이 영상에 아티팩트가 발생한 사례

1. X-ray의 원리와 '아티팩트(Artifact)'의 무서움

엑스레이(X-ray)는 우리 몸을 투과하는 방사선의 성질을 이용한 검사입니다. 밀도가 낮은 폐(공기)는 방사선이 통과하여 검게 보이고, 밀도가 높은 뼈는 방사선이 통과하지 못해 하얗게 사진에 맺힙니다.

그런데 목걸이나 지퍼 같은 '금속(Metal)'은 우리 몸의 뼈보다 밀도가 훨씬 더 높습니다. 방사선이 아예 투과하지 못하고 100% 튕겨 나가버리죠. 그 결과, 엑스레이 사진상에 뼈보다 훨씬 더 선명하고 밝은 하얀색 덩어리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렇게 우리 몸의 정상적인 해부학적 구조가 아닌, 외부의 이물질로 인해 사진에 나타나는 엉뚱한 상(Image)을 의학 용어로 '아티팩트(Artifact, 인공물)'라고 부릅니다.

문제는 이 아티팩트가 단순히 사진을 지저분하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하얗게 덮인 금속 덩어리 바로 뒤에 있는 폐의 작은 결절(암)이나, 뼈에 난 미세한 실금(골절)을 완벽하게 가려버리기 때문에 판독 의사의 시야를 가리는 치명적인 암막 커튼 역할을 하게 됩니다.

2. 엑스레이실의 흔한 훼방꾼 3총사

그렇다면 진료 현장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아티팩트 유발 물질들은 무엇일까요?

 

① 브래지어 와이어와 금속 후크 (오진의 주범)
흉부(가슴) 엑스레이를 찍을 때 여성분들이 상의 속옷을 벗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브래지어 밑부분을 받쳐주는 철사(와이어)와 등 뒤의 쇠고리(후크), 심지어 끈 길이를 조절하는 작은 플라스틱이나 금속 링조차 엑스레이에는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특히 이 와이어와 링이 폐의 하단부나 심장 주변과 겹쳐서 찍히게 되면, 마치 폐에 동전만 한 흉악한 종양이 생긴 것으로 오인될 수 있습니다. 또한 브래지어에 있는 두꺼운 스펀지 패드 역시 폐 음영을 뿌옇게 만들어 폐렴 진단을 방해합니다.

 

② 목걸이와 귀걸이 (경추/흉부 촬영 방해)
목 통증으로 경추(목뼈) 사진을 찍거나 흉부 사진을 찍을 때 목걸이는 최악의 방해물입니다. 펜던트가 기도나 경추 신경 통로를 가려버리고, 체인 줄은 척추뼈의 미세한 금을 덮어버립니다. 귀걸이 역시 목뼈 상단(제1, 2경추)을 가리기 때문에 반드시 빼주셔야 합니다. "순금이라 괜찮지 않나요?"라고 물으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금속의 재질(금, 은, 철)과 상관없이 밀도가 높은 모든 금속은 엑스레이를 통과하지 못합니다.

 

③ 등산복, 청바지의 금속 단추와 지퍼
어르신들이 즐겨 입으시는 등산복이나 아웃도어 의류에는 크고 작은 쇠단추와 쇠지퍼가 수십 개씩 달려있습니다. 청바지 역시 두꺼운 재봉선과 금속 징이 박혀있죠. 허리나 골반, 무릎 사진을 찍을 때 이 옷들을 그대로 입고 찍는다면, 관절염의 정도를 확인해야 할 뼈 사이의 간격을 지퍼가 다 가려버리는 불상사가 발생합니다.

3. "금속도 아닌데 왜 떼요?" 파스와 테이프의 함정

환자분들이 가장 납득하기 어려워하시는 부분이 바로 금속이 아닌 물질을 제거하라고 할 때입니다. "파스는 그냥 천 쪼가리인데 왜 떼야 하나요?"

파스의 끈적한 성분과 두께가 음영을 만듭니다.
일반적인 천 파스나 동전 파스 안에는 소염진통제 성분과 접착제가 발라져 있습니다. 뼈와 공기 사이의 섬세한 명암 차이를 잡아내야 하는 엑스레이 특성상, 피부에 딱 달라붙은 두꺼운 파스는 그 모양 그대로 엑스레이 빛을 방해하여 사진에 옅은 흉터를 남깁니다. 이것이 뼈에 난 금인지, 피부 겉에 붙은 파스 자국인지 판독에 혼선을 주게 되죠.

특히 '자석 파스'나 '게르마늄 목걸이/팔찌'는 내부에 실제 금속 자석 덩어리가 들어있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제거 대상 1순위입니다. 또한, 운동선수들이 많이 하는 두꺼운 스포츠 테이핑(키네시오 테이프) 역시 겹겹이 바르게 되면 테이프의 결이 엑스레이에 그대로 찍혀 나오므로 검사 전 아깝더라도 모두 뜯어내셔야 합니다.

4. 현직 방사선사가 추천하는 병원 방문 최적의 'OOTD (옷차림)'

아픈 몸을 이끌고 병원에 왔을 때,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수고로움을 피하고 방사선실 프리패스를 원하신다면 다음의 옷차림을 추천합니다.

 

①상의는 단추나 지퍼가 없는 면 티셔츠 1장!
가슴이나 어깨, 목 사진을 찍을 예정이라면 금속 지퍼, 비즈 장식, 두꺼운 프린팅이 없는 무지의 얇은 면 티셔츠나 맨투맨이 최고입니다. 여성분의 경우 금속 와이어나 후크가 없는 '스포츠 브라'나 '캡 내장형 나시(브라탑)'를 입고 오시면 겉옷만 입은 채로 탈의 없이 바로 촬영이 가능합니다.

 

②하의는 고무줄 바지나 통이 넓은 트레이닝복!
허리(요추)나 무릎, 골반을 찍을 때는 금속 버클이 있는 벨트나 쇠단추가 있는 청바지는 절대 금물입니다. 허리에 고무줄이 들어간 편안한 츄리닝이나 조거 팬츠를 입고 오시면 갈아입을 필요 없이 신속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③귀중품은 집에 두고 오기!
목걸이, 귀걸이, 반지 등은 탈의실에서 빼다가 잃어버리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검사 당일에는 귀중품을 아예 착용하지 않고 오시는 것이 분실의 위험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5. 자주 묻는 질문 (FAQ)

Q1. 팔이나 가슴 사진을 찍는데, 바지 주머니에 있는 스마트폰이나 지갑도 빼야 하나요?
A. 촬영 부위에 따라 다릅니다. 가슴(흉부) 엑스레이를 찍을 때 하의 주머니에 있는 물건은 가슴 사진 영역에 들어오지 않으므로 굳이 빼실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허리나 골반, 고관절 엑스레이를 찍을 때는 주머니 속의 스마트폰, 열쇠, 동전이 골반뼈를 완벽하게 가려버리므로 반드시 모두 비워주셔야 합니다.

 

Q2. 몸속에 철심(임플란트, 인공관절)이 박혀있는데 엑스레이 찍어도 되나요?
A. 네, 전혀 문제없습니다. 과거 골절 수술로 뼈에 박아둔 철심이나 치과 임플란트, 인공 심장박동기 등은 몸속에 고정된 의료기기이므로 엑스레이 촬영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수술 부위가 잘 아물고 있는지, 철심이 부러지지는 않았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엑스레이를 찍는 것이니 안심하시고 촬영하셔도 됩니다.

 

📌 결론: 번거로운 환복, 오진을 막기 위한 필수 과정입니다.

 

아까 투덜거리며 억지로 파스를 떼셨던 그 아버님, 검사가 끝나고 제가 모니터에 '파스 안 떼고 찍은 다른 환자분의 실패한 사진(파스 테두리가 폐에 하얗게 걸쳐 있는 사진)'을 예시로 살짝 보여드리니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아이고, 파스가 사진에 저래 허옇게 나오나? 의사 양반이 저거 보고 폐에 혹 난 줄 알고 기절하겠네! 슨생님이 귀찮게 한 이유가 있었구만!" 하며 머쓱하게 웃으셨죠.

맞습니다. 쇳덩어리뿐만 아니라 파스의 도톰한 성분, 심지어 파막(파스 끈끈이)에 붙은 각질이나 옷에 그려진 두꺼운 고무 프린팅마저도 엑스레이 빛을 흡수해 우리 몸속에 있지도 않은 '가짜 혹'이나 '가짜 결석'을 만들어냅니다.
방사선실에서 제가 귀찮을 정도로 여러분의 몸에 붙은 이것저것을 떼어내라고 잔소리를 하더라도, 그 1분의 번거로움이 평생 꼬리표로 남을 끔찍한 '오진'을 막아주는 가장 완벽한 예방주사라는 사실! 꼭 기억해 주세요. 오늘도 여러분의 맑고 깨끗한 뼈 사진을 위해 깐깐한 잔소리꾼을 자처하는 7년 차 방사선사 지식장터였습니다!